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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온리] 새싹이 자라나는 종이로 지역이 자라나다

작성일 : 2014-08-21 조회수 : 3,717

손맛이 나는 도톰한 수제 종이 카드 한 장, 한쪽 면에는 캘리그라피부터 가지각색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고 가만히 쓰다듬어 보니 겉 부분에 우둘투둘한 것이 만져진다. 카드의 이름은 ‘종이정원’, 처음 보는 카드의 정체가 궁금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웬걸, ‘카드에 물을 흠뻑 적셔 줬어요. ‘물을 부어 기다리면 되겠죠?’라는 후기 글이 잔뜩 올라온다. 가만 보니 이 카드 물에 적셔 놓으면 며칠 내로 새싹이 자라나는 카드라고 한다. 종이 위에 초록이 피어나 ‘종이정원’으로 불린단다. 채송화를 포함한 8가지 종류의 씨앗이 담겨있어 물을 주면 새싹이 자라나는 종이 카드, 바로 ‘협동조합 온리’(이하 '온리')의 특별한 업사이클링 수제 종이 카드 ‘종이정원’이다.

 '종이정원'의 신문지 패키지와 새싹이 자라나는 '종이정원'의 모습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은 투박한 맛의 수제 종이 안에 씨앗이 담겨있는 종이 카드다. 겉면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인쇄되어 있다.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카드로 쓰다가, 물에 적시면 새싹이 자라나 조그마한 종이 정원으로 변신한다. 수제 종이의 투박한 맛을 살려 패키지도 신문지와 노끈으로 만든다.

(사진제공: 협동조합 온리)

 

 

제목1. 아이디어부터 연구까지, '종이정원'의 탄생과정

어떻게 만들어진 카드일까? “먼저 저희의 설립목적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종이정원’을 탄생시킨 ‘온리’의 김명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온리’의 설립 목적은 ‘온고을’(전주의 옛말)의 되살림이다. ‘온리’라는 명칭도 ‘고을의 Re:design' 에서 앞글자를 따 만들었다. 전주는 ‘온리’의 사업 기반 지역으로,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역 경제와 지역 문화를 되살리고 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 ‘온리’의 설립 목표이다. 그럼 ‘온리’는 어떤 업사이클링을 할까? 바로 파쇄종이 재활용이다. ‘종이정원’은 재활용이 되지 않고 폐기되는 전주 지역 파쇄종이를 재활용하여 만든 제품이다. ‘온리’는 여기에 ‘전통 한지’와 ‘순환’의 아이디어를 더해, 더욱 특별한 수제 종이 카드 ‘종이정원’을 만들었다.   

*폐자원에 디자인이나 기술을 더해 가치를 높이고 쓸모를 되살린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활동

 

김명진 이사장은 ‘온리’를 설립하기 이전, 비영리 단체에서 일했다. 원래 전주 출신이었으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올라와 일하다가 비영리 단체에 들어가 다양한 분야의 대안 경제 현장에서 활동했다. 이력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대안 경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또 하나, 김명진 이사장은 늘 ‘지역 되살림’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전북지역은 경제적 자립도가 굉장히 낮아 젊은 사람들이 타지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스로도 상경하며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늘 고향을 위해 지역 되살림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5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2년 본격적으로 귀촌하게 되었다. 풍부한 전통과 지역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젊은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고향 전주에 돌아가 지역 기반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되살리고자 하였다. 지역의 전통, 환경, 사람이 함께하는 창안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만나게 된 것이 ‘씨앗 종이(새싹이 자라나는 종이)’였다. 네덜란드에는 이미 ‘Grow card’라는 씨앗 종이가 있었고, 국내에도 이를 참고한 몇 개의 씨앗 종이가 들어온 상태였다.

김명진 이사장은 이 ‘씨앗 종이’에 업사이클링이라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아름다운 가게’의 재활용 디자인 제품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살려 생각해 낸 것이다. 김명진 이사장은 이곳에서 활동하며 이미 종이의 재활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실제로 인쇄소에서 나오는 자투리 종이를 메모지로 재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폐종이를 씨앗 종이로 되살리는 제품에 대한 준비와 연구를 시작한 끝에 폐종이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전통 한지 제작 기법, 지역민들의 수공업 생산 방식을 더한 ‘종이정원’의 형태가 드러나게 되었다.   

 

살아있는 나무를 벌목해 만들어진 종이는 쓰임을 다하면 버려진다. 그러나 ‘종이정원’은 다르다. ‘종이정원’에는 생명의 씨앗이 담겨있어 종이의 쓰임을 다한 뒤에도 그 안에서 새싹이 자라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역에서 기증받은 폐종이를 재활용해 어려운 이웃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더해지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입혀지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매력을 지닌 수제종이’ ‘종이정원’과 그 ‘종이정원’을 만들어 내며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 온리’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2. '온고을'을 되살리는 씨앗 종이 '종이정원'

‘온고을 되살림’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탄생한 ‘종이정원’은 전 생산 과정이 ‘온고을’을 되살리는 일이다. 우선, 원재료로 지역 폐자원인 파쇄종이를 사용한다. 다른 씨앗 종이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다. 여타 씨앗 종이는 종이 생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펄프 원료를 사용하는 반면, ‘종이정원’은 폐종이, 그중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운 파쇄 종이를 사용한다. 파쇄 종이는 갈가리 찢긴 탓에 이면지로 재활용할 수도 없고, 부피가 커 재활용 업체에서 잘 수거해 가지도 않아 주로 폐기되는 폐자원이다. ‘종이정원’은 새 원목으로 만든 펄프 원료가 아닌 파쇄 종이를 원료로 재활용하며 지역의 환경 문제를 개선한다.

 

그리고 생산직으로 지역 소외계층을 고용한다. 시니어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지원센터를 통해 부업을 하거나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며 한 달에 10만 원을 채 벌기 어려웠던 취약계층이 ‘협동조합 온리’의 생산직으로 일하며 시금 5,500원을 받는다. 그리고 지역 영세 작가들과 협업하여 ‘종이정원’ 디자인을 개발한다. 영세한 지역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영세 작가들의 기존 작품을 ‘종이정원’에 인쇄하거나,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추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식이다. 영세 작가들은 ‘종이정원’에 자신의 작품을 담아 홍보할 수 있고 수익금도 일정 금액 벌어들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정원’ 수익금은 지역 나눔 문화 확산에도 사용된다.    

 

지역 폐자원 재활용, 지역 취약계층 고용, 지역 영세 작가와 협업, 지역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협동조합 온리'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은 재활용, 지역 고용, 협업, 수익 나눔 등으로 ‘온고을’을 되살리고 있다.

ⓒ 2014. 세상 All rights reserved.

 

 

‘온고을 되살림’, 의미 있는 설립 목적도 조직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협력해 주지 않는다면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온리’는 ‘온고을 되살림’이 ‘온리’만의 목적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조직 형태를 ‘협동조합’으로 했다. 김명진 이사장은 ‘모두가 주인으로 조직의 일과 자신의 꿈이 일치할 수 있는 조직을 꿈꿨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곧 주인으로 조합의 성장이 곧 구성원의 성장이 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여, ‘온리’의 생산직을 포함한 임직원은 모두 ‘협동조합 온리’의 조합원이자 ‘온리’의 주인으로 일하고 있다.   

 

 

3. 종이정원 개발과 조직관리...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과정

그러나 ‘종이정원’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씨앗 종이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그 방법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씨앗 종이들, 특히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씨앗 종이 ‘Grow paper’를 관찰하고 인터넷을 통해 제작 방법을 검색하며 제작 방법을 찾아갔다고 한다. 전주 지역 수제 종이 공방에 찾아가 제작 과정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과정 끝에 6개월만에 첫 번째 ‘종이정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겠다.’는 정도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6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후 매장 판매를 하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지역 작가의 작품을 인쇄한 카드 형태가 반응이 좋았다. 여러 가지 디자인의 ‘종이정원’을 시장에 내놓았고 가장 반응이 좋은 디자인 들을 선택해 본격적으로 상품화했다. 그러한 과정 끝에 오늘날의 ‘종이정원’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종이정원을 제작하는 모습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이 만들어지는 과정. 1) 파쇄종이를 분류해 물에 불려 2) 틀로 얇게 떠낸 뒤 씨앗을 넣고

3) 발아하기 전에 건조하여, 마지막으로 종이 표면에 지역 작가의 작품을 인쇄한다.

(사진제공: 협동조합 온리)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도 마냥 순탄히 운영되기는 어려운 조직형태였다. “협동조합은 연대와 공유를 기본 가치로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명진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경제적 기반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협동조합 온리’는 ‘통치조직’과 ‘관리조직’을 분리해 조직을 이원화했다.

즉, ‘조합원 총회’로 전 조합원이 동등하게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 ‘관리조직’을 두되, ‘통치조직’을 별도로 구성하여  CEO를 필두로 효율적인 경영에 집중하며 경제적 기반을 담보로 연대와 공유를 실천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가지고 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담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과 함께 전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의 형태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4. 우수한 발아력으로 입증된 품질, 이어지는 주문

고군분투한 끝에 탄생한 ‘종이정원’, 그래서인지 ‘종이정원’에 대한 김명진 대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종이정원의 발아력이 좋아 보시는 분들께서 선호하시는 편입니다.” ‘씨앗이 피어나는 종이’가 제품 특성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발아력’이다. ‘종이정원’은 경쟁 제품보다 발아력이 뛰어나다. 그 덕에 <순천만정원박람회>에서 기념카드 제작 업체로 선정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종 심사에 두 업체가 올랐는데  ‘온리’의 ‘종이정원’ 발아율이 현격히 높아 눈길을 끌었다. 종이정원의 경우, 보통 2~7일 후면 싹을 틔운다고 한다.

‘품질’이 좋으니 재구매율도 높다. ‘종이정원’을 한 번 구매해 보고 다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한 두 개를 사갔던 고객이 대량 주문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청첩장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분들께 청첩장에 끼워 보내드리고 싶다며 카드를 100장 200장씩 구매해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청첩장용 제품을 따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매장 매출과 주문제작 매출 비중이 각각 90%와 10%를 차지하지만, 하반기에는 주문제작 비중을 더 높여갈 계획이다.

 

좋은 품질에 높은 재구매율, 더할 나위 없어 보이는 ‘온리’의 사업에도 큰 고민이 있다. 수제 종이라는 제품 특성상 대량 생산이 어려운 점이다. ‘종이정원’은 수공업으로 생산되는 수제 종이다. 생산과정에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지역에서 기부받은 파쇄종이를 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2) 물에 충분히 불려 종이 죽으로 만든다. 3) 틀로 얇게 떠내고 4) 그 안에 씨앗을 넣는다. 5)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종이를 말리고 6) 평평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 7)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인쇄하면 마침내 ‘종이정원’이 탄생한다. 약 3주가 걸리는 과정이다.

이런 탓에 현재 약 10명의 생산자가 있는 공방을 완전 가동해도 생산량이 월 5천~6천 개에 그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동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온리’는 대량생산 형 수공업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생산 공정을 분석해 단순화하고 생산 공간을 확장하는 식이다. 그 노력의 하나로 최근에는 공방을 4배가량 확장했다. 작업장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생산자가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아직은 적용 단계이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하반기에는 월 1만 5천 장 정도의 ‘종이정원’을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 홍보 부스 모습과 종이정원 엽서 모습

‘협동조합 온리’는 여러 박람회장에 참가해 ‘종이정원’을 판매, 홍보한다. 박람회장에서 ‘종이정원’을 접한 분들이 따로 주문제작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B2B 매개가 된다.

(사진제공: 협동조합 온리)

 

 

5.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협동조합 온리'의 내일

’온리’는 ‘종이정원’ 생산량 증가와 함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첫째로, 자체 온라인 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판로를 다양화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매장을 통해 주로 판매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해 ‘종이정원’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더불어 서울과 전주 한옥마을에 새 매장을 내고, 사회적기업 온라인 쇼핑몰 ‘함께누리몰’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둘째로, 지속해서 B2B 거래처 확보하고 있다. ‘온리’는 이미 재단, 박람회 등으로부터 기념카드 제작을 요청받은 B2B 경험이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숙원인 ‘환경마크’를 획득하고, 국가 조달청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나라장터’에 진입함과 더불어 박람회 등에 활발히 참여해 ‘온리’와 ‘종이정원’을 알리고 B2B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명진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사업하시며 가장 어려웠던 때가 언제셨나요?” “그건 항상 현재인 것 같아요. 아직 사업 초기다 보니, 자금부터 시스템, 조직문화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과정을 돌아보니 시행착오를 거쳐 의미 있는 성과와 변화를 만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였다. 이 경험들이 어려운 상황들도 헤쳐나갈 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말하는 김명진 대표,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협동조합 온리’의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진다. 새싹이 자라나는 종이로 지역을 자라나게 하는 기업 ‘협동조합 온리’였다.